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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책임자들의 ‘주체성 상실’ 위험수위
이러다 모든 것 내줄 판이다


제주사회가 해군기지 유치 문제로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해군기지 유치 결정 가부를 5월내 매듭짓겠다는 ‘김태환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제주사회는 극한 찬·반의 대립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김태환 로드맵’ 정책결정의 참고자료용으로 활용하겠다는 2차 도민여론조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조만간 해군기지 유치결정 여부가 가려진다. 그리고 이의 결과에 따라 도민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파괴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제주는 대혼란의 5월 속으로 깊숙이 가라앉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일에는 민주노동당 노회찬의원의 ‘폭탄 정보’를 쏘아 올렸다. 팽팽한 갈등의 긴장감이 돌고 있는 제주사회에 ‘공군기지 건설 계획에 따른 국방부와 제주도간 협상 일부 내부문건’이 들통난 것이다. 그동안 알려졌던 해양조난 및 해상사고 발생시 구조헬기가 출동하는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아닌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전투기부대가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어서 제주도와 국방부 사이 협상이 이뤄졌던 ‘제주 해군기지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안)’이 터져 나왔다. 이 양해각서 내용에도 모슬포 알뜨르기지의 제주도 이양과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국방부는 모슬포 알뜨르기지 소유권을 법적인 절차와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도에 이양하고, 제주도는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제주도에 설치될 수 있도록 부대창설 소요 부지와 함께 비행 활주로, 착륙대, 유도로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보들이 하나 둘 씩 들통 나면서 ‘제주의 책임자’들은 숱한 말 바꾸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전투기대대 계획이 없다’ → ‘양해각서 없다’ → 증거를 제시하자 ‘실무자선에서 검토한 것일 뿐이다’ → ‘불행하게도 원본이 사라졌다’ → ‘양해각서 없었던 일로 하자’로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실들이 진행됐다.

이런 과정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의회, 국방부의 3각 관계에서 이뤄진 일들이다. 도민들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들 멋대로 처리되고 있다. 제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들이 이처럼 자신들 입맛대로 ‘없었던 일’로 하자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제주 해군기지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이런 엉터리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제주를 대표하고 있는 김태환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들의 ‘주체성 상실’에 있다. 제주 것을 제대로 지키려는 뚜렷한 목적의식은 없고 국방부의 요구대로 쫓아다니는 ‘줏대’없는 ‘맹물’이나 다름없다. 이런 ‘맹물 책임자’들에게서 무슨 협상력이 나올 수 있으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얻어올 수 있겠는가. 요구대로 벗어주는 그런 도지사, 도의원들이 제주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걱정스러울 뿐이다.

실제 주체성이 상실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되레 뻔뻔함을 보인다고 한다. 또는 현실적이며 명료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잘못을 해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지도 않는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으며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려는 마음 자체도 열려있지 않는다. 넉넉한 마음은 사라지고 우유부단함과 수동적인 행동에 지배돼 확실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이를 볼 때 책임자들의 ‘주체성 상실’이야말로 얼마나 큰 위험을 낳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도민 여론 동정을 살피며 국방부의 요구만을 따라가는 무책임의 극치이다. ‘제주 책임자’들이 제주에 보다 더 많은 이익이 되도록 노력한 일들이 과연 무엇이 있는가. 이런 지도자들이 제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

최근 ‘없었던 일’로 한 ‘양해각서’내용을 보더라도 제주도의 요구사항은 보이지 않고 국방부의 일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성격이나 규모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아 또 다른 갈등거리를 남겨놓고 있다.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순수하게 탐색구조의 활동만을 하는 부대인지, 아니면 유사시 전투기대대 활동까지 포함되는 내용인지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분명한 입장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해군기지의 규모와 차후 추가 확장 여부 등에 제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 제주특별자치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데드라인은 어느 선까지인지 등도 드러나지 않은 채 여론을 잠재우며 모두 벗어주려는 모습 일색이다.

그러는 사이 제주는 해군기지는 물론 공군기지(노회찬의원의 발표내용이 사실이라면)까지 내줄 운명에 처하게 됐다. 제주가 정말로 군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라고 한다면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거의 공짜로 들어오다시피 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지켜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에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제주의 최대 현안사항이며 엄청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해군기지 제주 유치와 관련해 다음 5가지를 제시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제주 책임자’들에게 강력하게 촉구한다.

1. ‘제주 책임자’들은 주체의식을 확고히 가져라.

제주의 주인으로써 책임의식을 갖고 우리 것을 지키면서 요구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는 주도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 눈치 저 눈치만 보다가는 모든 것을 다 내주게 된 꼴이 될 것 이다. 하루 빨리 ‘주체성 상실’의 위험수위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2. 도의원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줘라.

도의원들이 아직도 찬·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대다수 의원들은 숨죽인 채 ‘책임회피성 방관’을 낳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도의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여론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정말로 도민들의 대변자로서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3. 정부를 대등한 입장에서의 협상테이블에 앉혀라.

‘제주 책임자’들은 정부 또는 국방부의 요구에 따라 끌려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기까지 한다.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력을 갖고 요구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거절할 것은 거절해야 한다. 이런 배짱 하나 없는 ‘제주 책임자’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은 ‘밀실협상’, ‘속이기 협상’, ‘눈치보기 협상’, ‘야합협상’밖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4. 여론조사 내용을 당장 폐기하라.

제주해군기지 유치 문제는 정부와의 협상의 문제이지 여론조사가 마치 정책결정을 하는 데 기초가 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의 결과가 협상력의 통로를 절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당장 폐기하고 실제적인 협상으로 대응해야 한다.

5. 양해각서에는 해·공군기지의 성격, 규모 등을 분명히 명시하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공군기지의 성격, 규모뿐만 아니라 해군기지의 규모 등도 확실하게 명시돼야 향후 이에 대한 논란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되는 국방중기계획 변경에 따라 제주 해·공군기지 계획 역시 확장되면서 발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지금 제주는 스스로 걸어가는 능력은 상실한 채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제주의 책임자들은 주체적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순간도 제주 책임자들의 발걸음으로 제주의 미래를 향해 내디뎌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여겨진다. 남의 요구에 의해, 남의 이목을 위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렇게 전전긍긍해 온 것이 ‘제주 책임자’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제주가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해군기지 해법이 현실 앞에 놓여 있다. 이것부터 제대로 풀어내는 ‘제주 책임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며 이번 기회에 이를 도민들에게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2007년 5월 14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Posted by 제주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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