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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3회 제주시민포럼


‘이달의 현안’ 우리 함께 생각하며…
‘풍수지리와 제주개발의 조화’


          ■ 발제자 : 변창두 제주풍수지리학회장
          ■ 토론자 : 제주시민 12명(원탁토론)
          ■ 일  시 : 2007년 9월 21일(금) 19시00분
          ■ 장  소 : 제주경실련 사무국
          ■ 정  리 :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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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에 맞는 수직형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16일 제주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는 제주도내 곳곳을 무참히 짓밟아 놓았다. 3시간의 짧은 시간 내에 벌어진 대참사였다. 수해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인명피해는 물론 상가, 농경지, 도로 등 성한 곳이 거의 없다. 처참함 바로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 도민들은 재기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같은 수해 피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름철만 되면 제주는 연례행사처럼 물폭탄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자연재해는 갈수록 대형화, 집중화, 세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에 제주 역시 안전할 수 없다. 혹자는 이번의 태풍 ‘나리’의 피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홍수피해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가. 아니면 피해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또는 제주의 개발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오히려 현재의 개발정책이 피해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재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실제 지금까지 추진해 오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정책은 편리성과 경제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도로를 뚫고 산을 깎고 하천을 매립하고 관광시설을 만들고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자연을 훼손하거나 변형을 시켜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즉 사람의 편리를 위해, 경제적 이득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들은 자연에게는 크든 작든 해가 되고 있고 결국에는 또다시 인간에게 치명적인 대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태풍 ‘나리’피해 역시 그 중의 하나이다. 인간의 편리성과 경제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개발정책에 일정부분 원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적인 이점은 너무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개발정책에는 자연이 주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책결정자들의 논리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과 생활은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자연을 벗어난 삶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편리성, 경제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기주의적이며 훗날 이에 대한 분명한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과 공존하면서 삶의 편리함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의 대안의 하나로 풍수지리를 반영한 개발정책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제주의 지리적인 환경과 수맥의 흐름, 산맥 등을 고려한 개발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집중호우가 닥쳐도 물 흐름을 제대로 유지해 주는 개발이 이뤄진다면 물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자연과 공존하는 개발이며 삶의 편리함을 더욱 보장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 친화적인 개발정책에 풍수지리는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9월 21일 변창두 제주풍수지리학회장을 모시고 제주경실련 사무실에서 『2007 제3차 제주시민포럼 ‘이달의 현안’ 우리 함께 생각하며…』를 통해 ‘풍수지리와 제주개발의 조화’에 대한 내용을 듣고 시민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표에서 변 회장은 제주도의 지형은 한라산을 정점으로 사방으로 바퀴살처럼 죽죽 내뻗은 방사상 수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 또한 남북의 사면은 동서 사면에 비해 경사가 급하고 동서 사면에는 긴 사면과 넓은 용암지대가 발달한 대신 물이 흐르는 계통인 수계는 빈약하게 형성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범람했던 하천들의 특징은 남북사면에 발달하여 남류 또는 북류하고 있다. 그리고 하천 가운데 남류하는 하천은 22개, 북류하는 하천은 18개로 모두 40개로 이뤄져 있다.

  산세는 먼저 해수면하의 기반암 위에는 기저부가 형성돼 있고 그 위에 화산활동이 계속돼 해수면 위에 용암대지가 형성됐으며 다시 368개의 단성화산을 이루고 있다. 또 단성화산은 한라산을 정점으로 동서남북으로 선상배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수많은 혈(穴)자리가 형성돼 있다. 이러한 산세의 흐름은 제주도 북부, 남부, 동부, 서부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 네 부분으로 나눠진 산줄기는 다시 분맥(分脈)하여 제주도내 여러 마을을 형성하게 됐다.

  이런 제주도의 지형과 함께 인간 개개인의 길흉화복으로 많이 이용돼왔던 풍수지리가 공공 개발정책에는 적용될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본래 풍수지리는 산세나 땅, 물, 바람 등의 자연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삶을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의 틀 속에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산세와 지형, 물의 흐름, 방위 등 자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기(에너지)를 인간과 접목시켜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예부터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왔고 현재도 그 기본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제성장과 함께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발정책은 인간의 편리성과 경제성만을 쫓고 있으며, 그동안 지켜져 왔던 ‘자연과의 조화 균형점’은 인간의 이익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되면서 그 균형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우선 제주의 개발정책은 자연을 거스르는 평면 중심의 개발이라는 것. 제주의 산세나 지형은 수직형태를 이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은 이와는 정반대인 평면중심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상당수 개설된 도로만 보더라도 곧게 뻗은 가로 평면형태를 이루고 있는 데, 이는 상류에서 하류 수직형태로 내려오는 지형을 가로지르는 역할을 하고 있어 제주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산간지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각종 평면형태의 개발 역시 제주의 수직형태의 지형을 변형시키거나 절단 내고 있다. 자연은 본래 수십년, 수백년동안 유지돼 오고 있는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개발정책은 이런 흐름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은 채 되레 훼손시키고 있다. 이런 평면적 개발들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도심 중심부의 공동화현상 등 각종 문제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면 이의 대안은 무엇인가. 각종 개발에 있어 수직지형을 최대한 살리는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주 지형에 걸 맞는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개발정책이라는 것이다. 중앙의 예산에 따라 중앙의 개발정책에 따라 곳곳을 평면개념으로 파헤쳐 놓고, 덮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지형을 살린 수직형, 즉 한라산을 정점으로 방사형을 이루고 있는 분맥에 따라 개발계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를 하나 개설할 경우에도 자연적인 배수로는 살려야 하며 가능한 한 직선으로 뚫은 것보다 ‘S자’형태를 이루는 것이 제주의 지형과 산세에 맞는다는 것이다. 특히 하천에 조성된 거대한 저수지들은 홍수의 유속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매립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도심지 하천복개 등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재 복개돼 있는 하천도 가능하면 복원시키는 것이 홍수피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런 수직형 개발계획은 하나하나의 개별 세부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적용시키는 것보다 제주특별자치도 종합개발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제주지형에 걸 맞는 수직형 개발 골격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좌우균형을 맞추는 풍수지리형 개발계획들이 적용돼야 한다.

  또한 환경가치의 중요성과 국토의 난개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토지의 계획적 이용과 보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제주개발 역시 계획적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지구상세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중구조로 돼 있는 현행 개발관련 법제들도 특별법과 조례를 통해 단일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

  아울러 제주의 미래 개발정책은 지역의 전통과 풍습을 살리는 문화 콘텐츠가 중심이 돼야 한다. 제주의 무수한 문화자원인 풍수, 전설, 지명, 제주 사투리, 오름, 전적지 등의 소재를 이벤트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재들로 구성된 거대한 풍수박물관을 만들고 이를 관광자원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원주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개발정책에 풍수지리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부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풍수지리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로 정책들이 바뀌고 있다. 이는 예상치 못한 대형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역시 이번 태풍의 피해가 준 교훈을 통해 앞으로 개발정책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예산을 쓰기 위한 단순 개발정책이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살린 개발정책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책 책임자들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가야 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날 ‘풍수지리와 제주개발의 조화 방안’ 토론에 참여해 좋은 생각을 나눠 주신 김현철, 배후주, 김성종, 현은영, 정신종, 김재현, 현용해, 오인우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끝>
Posted by 제주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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