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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혁명’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실용 경제가 핵심

제주특별자치도정부터 대혁신을 촉구한다



  제주가 아우성이다. 상당수 도민들이 울부짖고 있다. 갈수록 쇠락해 가는 제주경제의 한 가운데 서서 깊은 시름에 젖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한 각종 사건들이 제주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거리는 조용하다. 가게는 손님이 뚝 끊겼다. 새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활기가 없다. 도심 곳곳이 을씨년스럽다. 솟아오르는 역동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가 움츠리고 있다. 웃음이 사라지고 여유가 사라지고 풋풋한 인정이 사라진지 오래다. 제주경제의 끝없는 추락행진이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실물 경제지표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주지역 GRDP 성장률은 2003년을 기준으로 급격한 추락세를 보이다 지난 2006년에는 1.8%로 내려앉았다. 1인당 도민소득 역시 13,980천원(2006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의 78.8%에 머물고 있다. 반면 도민 1인당 빚을 비롯해 세부담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뛰어넘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들이 학계 및 지식인층 사이에서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제주도정이 제주경제 발전을 위해 내건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면서부터이다. 외교·국방을 제외한 사람·상품·자본의 유통이 자유로운 시장을 만들어 제주경제성장의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정은 의료·교육 개방 등 ‘4+1’의 핵심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외국자본과 기업 유치를 하고 있다. 그러기를 5년째. 10개년 계획목표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거대한 목표가 5년이 지나고 있지만 제주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되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도민들을 원주민으로 전락시키는 국제자유도시가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내수시장을 암흑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례는 너무 많다. 공항면세점이 그렇다. 관광객들이 제주관광을 하면서 도내 곳곳을 돌며 쇼핑할 기회를 건교부가 뺏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관문인 공항 대문 앞에 면세점을 차려놓고 도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가로채고 있다. 그렇다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도민들에게 환원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대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골프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골프장 경영수익을 위해 골프장 내에 골프텔을 허가해주면서 시내 숙박시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역시 엄청난 지방세를 축내면서 명확한 진단을 거치지지도 않고 6호까지 내주고 있다. 성산포 섭지지구인 경우 지구 지정으로 284억원 지방세 수익이 사라지게 된다. 6호까지 내준 지구 지정으로 사라지는 총 지방세는 어림잡아 1,800억원(1호당 300억원 기준)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따라서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내용은 거창한 반면 도민에게 실속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 차에 김태환 도정은 제주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이제야 깨달았는지 뒤늦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니면 새 정부의 실용경제정책에 맞춘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뉴제주운동’을 벌이던 정책기조를 1년 만에 조령모개 식으로 뒤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의도야 어쨌든 올해를 신경제혁명의 해로 정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

  새해 벽두부터 도정 곳곳에서는 ‘신경제혁명’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간부회의를 경제회의로 바꿔 현실경제문제를 논의하는가 하면 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회의’도 추진되고 있다.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결의대회도 가졌다. 이 밖에 경제회복을 위한 크고 작은 행사들도 잇따라 치러지고 있다.

  최근에는 도민이 체감하는 실용경제정책 ‘2008 신경제혁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를 신경제혁명 원년의 해로 정하고 향후 3년간 평균 GRDP 6% 성장을 목표로 세부적인 사업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추진 사업들 중에는 지속 가능하며 돋보이는 사업들도 많다. 또한 경제정책 수립의 역량 강화를 위해 포럼을 비롯해 부서별 핵심과제 관리대책 등을 내놓는 등 경제살리기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신경제혁명의 골격은 기존 경제정책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꿔 ‘내생적 발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제주도 경제정책의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대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민 대다수는 이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본계획에 나열된 단계별 추진전략들 보면 그동안 도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을 수합해 정리해 놓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경제혁명이라는 명칭을 붙이며 굳이 추진하지 않아도 도민들이 자연스럽게 일궈나갈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존의 추진 방법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뉴제주운동’ 때도 그랬고 그 이전의 각종 도정 핵심정책을 펼칠 때도 비슷했다. 이번 역시 ‘신경제혁명’을 핵심운동으로 제시하고, 결의대회를 갖고, 도민들이 제시한 각종 사업들을 나열하고, 추진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 편성하고, 어느 정도 펼치다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사라져버리는 ‘다람쥐 쳇바퀴 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제주경제의 중병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한 맥을 잡지 않고 곁가지만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곪아온 줄기와 뿌리는 도려내지 않고 이번에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디가 병들어 있고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 아니면 김태환 도정이 알면서도 그럴만한 역량과 용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제주도 예산 2조 5천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지역 경제성장률이 1%대(2006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투입하는 예산 하나 하나가 비생산적인 분야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혈세들이 비효율적이고 특정 계층의 ‘곶감용’으로 전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과감하게 도려내지 않고 방치한 채 겉돌기 정책들만 반복한다면 ‘양치기소년’의 전철을 밟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김태환 도정은 제주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깨닫고 총체적인 경제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인적조직은 물론 제주사회에 만연한 비생산적인 구조를 잘라내고 기존 외생적 경제정책에 대한 실패 요인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경제난국을 근본적으로 풀어헤치는 강력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새로 출범한 실용정부, 즉 ‘작은 정부 큰 시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출발은 도내 곳곳에 만연한 병든 곳을 도려내는 수술에서 찾아야 한다. 때로는 아픔과 고통도 따를 것이다. 강력한 저항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잣대를 대고 커질 대로 커진 제주사회의 암덩어리를 잘라내야 한다. 이것만이 제주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며 이제 그 수술 집도는 김태환 도정에 주어졌다. 그리고 그 곳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신경제혁명’을 창출해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시하는 6% 성장률 역시 한낮 숫자놀음에 그치게 될 것이며, 이는 또다시 도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도민들은 그동안 제주도가 제시하고 있는 수많은 경제달성 목표치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역시 ‘양치기소년’꼴이 되지 않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환 도정이 ‘겉물 정책’, ‘나열 정책’의 명수로 낙인찍히는 평가가 이번만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8년    2월   26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Posted by 제주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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