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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복개 정책에 큰 문제점 있다”
물 흐름 차단…사방팔방으로 흩어진 수마로 화 키워
제주도 상대 피해보상 청구 등 도민 대책위 구성해야
119 실종자 수색도‘일부 미흡’…철저한 교육 있어야


  수해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인명피해는 물론 상가, 농경지, 도로 등 성한 곳이 거의 없다. 무참히 할퀴고 간 수마는 수많은 제주도민들을 일순간에 깊은 시름으로 몰아넣었다. 처참함 바로 그 자체였다.

  지난 16일 제주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는 제주도내 곳곳을 참혹으로 뒤집어 놓았다. 3시간의 짧은 시간 내에 벌어진 대참사였다. 차량과 함께 휩쓸려간 실종자가 하천에서 발견되는가하면 도로 변에는 엿가락처럼 찌그러진 차량들이 나뒹굴고 있다.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바위틈에 처박혀 있었다.

  저지대에 위치한 상당수 집들은 여지없이 침수 폭격을 맞았다. 집안 곳곳은 흙탕물로 가득 찼다. 밀려 든 흙더미, 각종 쓰레기들이 집안 곳곳을 뒤덮었다. 지하실에 쌓아 놓은 물건들은 온전한 것이 없다. 지하실 곳곳이 물바다를 이루면서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다. 추석의 대목을 위해 마련했던 수많은 상품들이 한순간에 쓰레기로 변했다. 한마디로 도심 곳곳이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큰 원인에 대해 수많은 도민들은 한결 같이 무분별한 하천복개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하천주변 피해가 더욱 컸다. 남수각과 연결되는 동문재래시장 주변의 산지천, 서문로터리 일대의 병문천, 용담로터리~용연 주변의 한천에는 모두 하천복개가 이뤄진 곳이다.

  가장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용담로터리와 용연으로 이어지는 한천인 경우 용담로터리 인근 하천이 복개돼 있다. 상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거대한 홍수는 하천복개 위를 넘으며 도로 등 곳곳을 닥치는 대로 덮쳤다.

  처참한 현장은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뒤엉킨 수많은 차량들이 도로변을 따라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흙더미들이 도로 위를 뒤덮고 있으며 하천으로 쓸려간 차량들이 바위틈사이에 처박혀 있다.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있거나 드러누워 있으며, 부서진 다리 난간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서문로터리 병문천 일대는 어떤가. 이 곳 하천 역시 복개돼 현재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물 흐름 하천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넘쳐나는 물은 갈 곳을 잃은 채 저지대 주변, 도로, 인근 주택가 지역으로 마구 밀어 닥쳤다. 일부 차량이 휩쓸려 떠내려가고 저지대 집들이 침수돼 흙탕물 뒤범벅이 됐다.

  동문재래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해지역을 보면 하천 복개가 이뤄진 곳으로 엄청난 양의 물은 주변상가를 처참하게 휩쓸고 갔다. 추석 대목을 위해 마련해 놓은 갖가지 물건들이 물 폭탄을 맞았다. 지하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는 곳마다 한숨소리 뿐이다. 이 난리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 모두가 망연자실뿐이다.

  이밖에 도남동지역, 일도2동 신산시장 등 하천의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 곳곳이 피해가 더 심각했다. 이는 하천 중간 중간 부분을 복개하면서 물의 흐름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밀려 든 물은 사방팔방 낮은 곳으로 닥치는 대로 집어 삼켰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참사를 일으키게 한 가장 큰 원인은 하천 복개로 인한 인재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실종자 수색을 벌이고 있는 제주소방서인 경우 겉핥기 수색으로 일관해 유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17일 오전 용연 인근 하천에서 차량과 함께 휩쓸려 간 실종자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차량 속에 실종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확인 과정만으로 없음을 단정해 수습 현장을 떠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벌어졌다.

  유가족들이 강력한 항의에 의해 재확인 과정을 거쳐 끝내 실종자를 찾아냈다. 만약 다시 돌아와 재수색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실종자는 영원히 찾지 못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었다. 이는 119 소방대의 실종자 수색이 얼마나 대충대충 이뤄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태풍 참사는 대부분 무분별한 하천복개로 인한 인재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넘쳐난 물이 하천을 따라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가도록 돼 있는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는 마구잡이 복개공사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 정책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천 주변 피해 현장을 보면 그 실상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에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수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 피해도민들을 빠짐없이 조사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하천복개지역에 대한 수해 재발방지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도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물난리가 하천복개가 가장 큰 원인임을 밝히고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집단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도민들은 피해 상태의 사진 촬영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주소방서 실종자 수색에 대한 철저한 교육 등이 있어야한다. 대충 눈으로 확인하는 수색이 아니라 세심하고 철저한 확인과정을 거치는 수색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들의 수색여부에 따라 찾을 수 있는 실종자마저 영원한 실종자로 남기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수많은 피해 도민들은 정신적·물질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 없다. 심기일전으로 재난 극복에 매진해야 한다. 피해 도민들의 빠른 생활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2007년   9월   18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Posted by 제주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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