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결정은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김태환지사의 해군기지 로드맵에 대한 제주경실련 입장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1일 해군기지 유치문제와 관련,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5월중에 최종 결정을 짓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정부의 입장 발표를 들은 후 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내달 중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후보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해당지역의 반대 비율이 높더라도 그 중에서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도민들을 볼모로 해군기지를 결정하겠다는 김 지사의 이 같은 로드맵은 정부 전략에 끌려가며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 매우 위험한 판단으로, 도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해군기지 유치 찬성측과 반대측의 팽팽한 갈등과 함께 도민들 스스로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성숙도마저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제주를 ‘제2차 갈등’의 장으로 몰아가는 데 기름을 붙는 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다음과 같은 차원에서 해군기지 관련 여론조사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문서화 없는 정부의 ‘립 서비스’를 믿어서는 안 된다.
김 지사의 해군기지 로드맵은 정부의 방향대로 끌려가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책임지는 자 없이 정부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막연한 정부의 입장 발표 하나로 제주를 해군기지 장소로 덥석 내줘서는 안 된다. 명확한 정부의 의사표시와 함께 문서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 우리는 경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경주는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 약속을 받은 후 주민투표를 실시, 높은 찬성률(유치지역 주민 찬성률은 상대적으로 낮음)로 방폐장 부지를 허용했다. 그러나 정부의 당초 지원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제2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실을 남의 일처럼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둘째, 김 지사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김 지사는 설문조사 등의 여론을 등에 업고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도지사로서 도민들 앞에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되레 도민들 갈등을 부채질 하는 것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직도 도민들 사이에서는 해군기지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폭넓고 정확한 정보나,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내부적인 역량, 즉 도민들의 ‘참여 민주주의적 성숙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도민 여론조사 역시 타당하지 않다.
도민 여론조사가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정당성과 합리성을 고루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여론조사라는 의견수합 방식은 표본의 선정과 가중치 배정, 질문 문항의 선정방식 등의 문제로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김 지사가 밝힌 여론조사 방식은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일방적 여론조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시된다. 따라서 김 지사가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정책 결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이를 통해 ‘주민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제주경실련은 해군기지와 관련된 도민 갈등이 치유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함은 물론, 갈등 해소를 위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충분한 ‘갈등해소 과정’들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김 지사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도민의 갈등을 부추기는 섣부른 결정보다 현명한 방안을 찾는 심사숙고한 자세가 있기를 촉구한다.
2007년 4월 12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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