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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조직진단 용역 때마다 들쭉날쭉 ‘혼란’ 부작용
“제주도는 기본방향부터 똑바로 제시하라”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조직을 또다시 뜯어고치고 있다. 불과 20개월 만에 막대한 용역비를 써가며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조령모개 식 행정조직 개편이 잇따르면서 조직의 안정화는 고사하고 누더기가 되고 있다. 곳곳에서는 조직개편에 따른 불만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도민을 위한 행정인지 의문시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행정조직설계 연구 용역’을 위탁받은 퍼포먼스웨이컨설팅은 지난 10월 16일 중간용역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앞으로 일부 보강 등을 거쳐 11월 초순께 최종용역 결과물이 발표된다. 그리고 12월 도의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의 과정에서 도 조직은 한바탕 혼란의 회오리가 불어 닥칠 전망이다.

  이번 중간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도청 조직은 현행 13실국 48과에서 2국 7과를 줄여 11실국 41과가 되도록 했다. ‘과’는 9과를 줄이는 대신 회계와 교육의료산업과 등 2과의 신설을 주문했다. 또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기획예산과와 자치행정과를 통합하는 대신 사회복지과, 위생관리과를 각각 신설하도록 했다. 또 인력개발원과 여성능력개발본부를 통합하고, 환경자원연구원,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를 신설하도록 했으며, 수자원본부에 행정시의 하수도 업무를 이관해 상하수도본부로 명칭변경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읍·면은 ‘과’ 직제를 없애는 대신 7급 실무인력을 보강하도록 했으며, 동은 현행체제를 유지토록 했다.

  용역사는 이같은 조직개편의 원칙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미션과 비전전달을 위한 전략중심형 조직, 고객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조직, 국제자유도시 구축을 위한 유연한 구조, 인력활용의 극대화를 들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조직진단은 제주도 내?외부의 환경분석을 통해 행정조직설계의 기본원칙을 전략중심형 조직으로 슬림화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용역 결과에 대해 전면 부정 할 수는 없으며 일부는 타당성 있는 부분도 있다.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적절한 행정수요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인한 감귤시장의 개방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FTA통상기능을 보강한 것과 제주자연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따른 세계자연유산관리기능 신설, 재난관리에 대비한 재난대응과를 안전도시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업무의 효율화를 제시한 것 등이다. 덧붙여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인한 업무의 자연감소 등으로 인한 특별자치도추진단 조직의 슬림화 역시 적절하게 진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대민업무로서의 행정기능, 즉 분권화의 기틀을 잡는 데 소홀히 한 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현행 행정조직 테두리 내에서 업무의 중복성이 있느냐 없느냐, 효율적이냐 비효율적이냐, 업무 연계성이 있느냐 없느냐 등의 기준에 따라 조직을 줄이고 붙이고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 도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인터뷰, 공무원 대상 워크숍, 일부 공무원 및 도민대상 설문조사, 몇몇 타 시도 조직 비교분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과거 통계자료 등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의 자료와 분석은 이미 지난해 3월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와 사회과학연구소의 교수진 22명과 자문위원 14명이 참여한 행정조직설계 용역에서 밝혀진 사항이다. 그런데 이번 조직개편 용역은 지난해 3월 교수 연구진들이 내린 종합 진단결과마저 명확한 근거 없이 부정하면서 제멋대로 통합, 이관, 신설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조직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현행 행정조직의 문제점 평가가 없고 기존 연구보고서의 검토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조직진단의 부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해양수산분야는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조직을 신설해야 된다며 해양산업과를 신설한 반면, 위기에 놓인 농업분야는 반대로 농업정책 등의 비효율성 등으로 친환경농업부서와 통합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또 지난해 분리됐던 문화관광스포츠국과 교통관리단을 1년 만에 또다시 관광교통국으로 원위치 시키는 것을 비롯해 총무과에서 분리됐던 인적자원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제주경제의 3대 정책이라고 불리는 관광정책, 경제정책, 농업정책기능이 통합 희생양이 되고 있다. 경제를 최우선 정책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도민들의 피부에 닿는 내부적 행정수요는 줄이면서 대외적 행정수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한 사례들을 보면 기업지원과를 축소하고, 도민들 최대의 걱정거리 중 하나인 취업관련 기능 또한 확대시키지는 못할망정 종합고용지원센터로 축소, 이관시키고 있다.

  또한 이번 조직진단이 효율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또 다른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다. 관광과 교통기능의 세분화로 업무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해 지난해 분리됐던 관광기능과 교통관리기능의 재통합은 또다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필요한 조직이 희생되고 아직 행정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조직이 새로 탄생하는 등 현재 제시된 조직들 역시 상당수는 중복과 비효율성, 혼란을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번 제시된 방안 중에는 제주가 핵심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4+1’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의료산업기능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과연 이 부서 신설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단계에 이르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현 단계에서 T/F 수준을 넘어 분명한 업무 분장이 이뤄질 만큼 행정수요의 성숙도를 이루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아직은 이 부서의 신설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3월 새롭게 탄생된 부서들이 이번 조직진단에서 여지없이 감축된 사실은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더욱이 전문인력 충원을 위해 개방형 직위인 외부인력을 충원한다는 기본계획마저 이번 조직개편으로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조직을 감축하면서 인력감축의 진단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개방화된 행정, 하부 행정기관으로 권한의 분산화 등에 둔 조직진단 역시 고려되지 않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오로지 도청 행정조직 테두리 내에서 ‘짜깁기’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처럼 조직진단이 일관성이 없이 문제점을 보이며 들쭉날쭉 거리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가 행정조직의 미래 기본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행정조직 진단은 이해집단, 용역업체의 관점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조직진단 용역만 수백 번, 수천 번 한다고 해서 모두의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되레 세금으로 쓰이는 용역비만 낭비될 뿐이다.

  따라서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조직진단은 엄청난 예산만 낭비시킨 부실한 진단으로 재고돼야 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행정조직은 도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행정자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제기하며, 부득불 행정수요가 필요한 직제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조직만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행정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분명한 제시가 있어야 한다. 김태환 도지사는 향후 행정조직 개편에 따른 운영방향을 제시하고 이의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시스템 설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지 상태에서 모든 것을 용역에 맡긴다면 맡길 때마다 반발과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그리고 조직의 안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도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됨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행정조직 개편이 갖춰야 할 요건은 첫째로,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조직은 분권화에 기초를 둬야 한다. 이번 조직진단을 볼 때 읍·면·동으로의 권한 이양을 전제로 한 풀뿌리 분권화의 기본 틀을 만들려는 조직개편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관행대로 제주특별자치도정의 테두리 내에서 뒤집고 꿰어 맞추는 조직개편만 반복되고 있다. 이는 형식적 조직 개편일 뿐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되레 권한만 집중되는 조직이 될 뿐이다.

  둘째는 개방형 조직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현재 일부 개방형 직위가 활용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때로는 외국 전문 인력을 확충해 대외협력분야를 전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만 바꿔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감각을 갖고 있는 개방형 인재를 확보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셋째는 도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행정수요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주민 참여형 조직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가. 점진적인 대동제로의 전환에 따른 읍·면·동의 기능 강화에 적합한 조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여부는 주민밀착형 행정조직의 기본이다. 과거로 회귀하는 퇴보형 조직,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적 조직개편은 이제 더 이상 용납이 되지 않는다.

  제주경실련은 민생경제를 살리고, 풀뿌리 분권형 행정체제를 이끌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을 달성시킬 수 있는 미래형 행정조직을 위한 원칙이 만들어지기를 강조하며, 제주도정의 분명한 방향제시가 있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7년 10월 26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Posted by 제주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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