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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상인회 사무국장 퇴직공무원으로 기용
행정이 민간 인적조직·경영관리까지 통제 ‘우려’

“실무형 유통 전문가로 대체하라”


  재래시장이 행정의 통제범위에 완전히 종속될 운명에 놓여 있다. 그동안 재정지원 등 간접적인 통제의 범위에 있던 재래시장이 행정의 직접 관리체제로의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인적 조직·경영관리 등 모든 일과내용들이 상인회 사무국장으로 채용된 퇴직공무원 관리 하에 놓이게 됐다. 이는 자칫 재래시장의 민간 자율성을 심하게 훼손하면서 상인회의 각종 정보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중소기업청은 재래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정부 및 지자체 지원 사업이나 상인회 자체사업 등의 효율적인 추진, 그리고 상인회 업무수행능력 배양 등을 위해 올해부터 퇴직인력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올해 재래시장 및 시장 활성화 구역의 인적 조직 및 경영의 핵심 실무역할을 담당할 상인회 사무국장 인력 100여명 정도를 전국적으로 배치하고 이 가운데 도내에는 6명이 기용됐다.

  그런데 이번에 배치된 인력 가운데 퇴직 공무원 비율은 전국적으로 대략 9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도내 배치인력 6명 중에도 제주시 지역 소재 동문재래시장 등이 포함된 시장 활성화구역을 비롯해 보성시장, 서문시장, 오일시장과 서귀포지역 매일시장 등 5곳의 사무국장 자리에 각각 1명씩 모두 5명의 퇴직공무원이 배치됐거나 예정돼 있다. 반면 서귀포 매일시장 1곳만 퇴직공무원이 아닌 금융계 출신자로 기용됐다. 그리고 채용된 퇴직 공무원은 제주시 퇴직 공무원 3명, 중기청 퇴직공무원 1명, 서귀포시 퇴직공무원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월 150만원을 받게 된다. 또한 이 같은 인적지원은 향후 추이를 보면서 계속 지원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들 퇴직 공무원들이 관리하게 될 도내 상인 점포수는 서귀포 매일시장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림잡아 2500곳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퇴직공무원들이 민간 상인회 핵심 실무업무를 관장하게 됨으로써 민간 상인회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모든 정보가 비선체계를 통해 행정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며 민간 자율조직인 상인조직은 결국 행정의 관리·통제 하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수 십 년간 유지해오고 있는 재래시장의 고유한 자율적 기본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재래시장은 유통시장 개방 이후 지난 2000년께부터 정부의 재래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엄청난 재정지원이 이뤄지면서 자율적 시장으로서의 본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과도한 보조금지원에 의존하는 공적 시장으로서의 기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 현대화, 고객 유치, 상인교육, 상품권 판매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재정지원의 범위에서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주지역 재래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내 재래시장 및 상점가 역시 시설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지난 8년간 수백억원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정책은 관련 법규에 따라 오는 2016년까지 8년간 더 지원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제주사랑상품권 이용 권장을 통한 간접 지원정책도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제주특별자치도는 급기야 재정지원을 통한 간접 관리범위를 뛰어넘어 인적조직은 물론 경영까지 관여하는 직접 관리방식으로 가일층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우려돼 왔던 재래시장 행정관리방식이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간 자율적 조직인 재래시장 상인회마저 퇴직 공무원 사무국장을 통해 행정이 관여하려 하고 있다. 실제 상인회의 세세한 일과들이 분기별 또는 필요에 따라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제주특별자치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같은 방식으로 재래시장 및 상점가를 관여하려는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도는 민간 경제시장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지금이라도 재래시장을 조금이라도 활성화시키려는 생각이 있다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실무형 유통 관련 전문가로 대체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제주특별자치도인 경우 도지사의 ‘제왕적 권한’이라는 비판과 함께 다양한 조직에 행정 인사들이 기용되면서 갖가지 말썽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래시장 사무국장까지 퇴직 공무원 출신으로 채용하는 것은 단순한 ‘퇴직 공무원 밥그릇 챙겨주기’를 뛰어넘어 또 다른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는 급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재래시장 및 상점가를 활성화하려는 진정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내만이라도 기용된 퇴직공무원을 유통분야의 실무형 전문가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인사 추천에 있어서도 제주특별자치도 담당부서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게 할 것이 아니라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위원회 등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세하게 기록된 상인회 일과표를 행정기관에 보고토록 하는 부분도 반드시 시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2008년  7월  22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Posted by 제주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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