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공사는 누구를 위한 기구인가
“당장 제주도로부터 독립성 확보하라”
제주관광공사를 설립하려는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돈 먹는 애물단지 공기업이 탄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잃은 채 제주의 관광산업을 통제하는 제주도정 산하 정책집행 기관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만들어진 제주관광공사 정관이 그런 사실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도는 오는 7월 본격 출범을 위해 제주관광공사 설립추진팀을 구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공개모집을 통해 사장을 선발한 것을 비롯해 이번 달 내로 15명의 직원을 공개 채용하고 있으며 법인설립 등기절차를 거치고 있다. 정부의 적자 부실 지방공기업 구조조정이나 무분별한 지방 공기업의 설립 등에 제동을 걸기 위한 행정안전부의 법령 개정 등에도 아랑곳없이 제주관광공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이하 제주도의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문제점을 해결한 것도 아니다. 즉 공사를 운영하기 위한 영업비용 문제, 제주도로부터의 독립성 문제, 제주관광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싱크탱크 전문성 문제 등이 그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가 제대로 계획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인다는 것은 기초부터 부실공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며 결국 만성 적자의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관광공사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확보 부분이다. 현재 예상되는 영업비용만 하더라도 2009년부터 해마다 18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이를 충당할 마땅한 수익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는 중문 관광단지에 시설예정인 면세점 사업을 통해 수익구조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사업 역시 수익사업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실제 정관의 내용을 보면 제주관광공사 사업으로는 △관광 통합홍보·마케팅 △관광상품 개발 및 관광자원 개발 △관광관련 연구조사 및 관광산업 지원 △통합 관광안내 시스템 △관광관련 교육 및 컨설팅 △관광공사 수익사업의 발굴 및 추진 △국가 또는 제주도의 사업을 대행하거나 수탁한 업무 등을 들고 있는데 실제 수익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업무는 내국인 면세점 운영 등이 유일하다. 공사의 업무가 대부분 수익창출 사업보다는 제주관광산업의 인프라구축을 위한 지출형 기반사업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사의 독립성이나 전문화를 갖추고 있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제주도는 정관을 통해 제주관광공사를 철저한 도지사의 하부 조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자금 운영, 인사관리, 조직 등 모든 관리는 도지사의 손아귀에 두고 있다. 핵심 의결권한을 갖고 있는 9명의 이사에는 제주도 관광업무 국장과 예산담당관, JDC부이사장이 포함돼 있으며, 나머지 전문 이사들은 도지사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특히 감사는 제주도 관광업무 담당과장이 맡고 있으며, 공사의 운영관리의 적정을 위해 제주도 공무원이 공사에 파견하거나 겸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영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와 견제기능은 거의 상실한 채 제주도로부터의 독립성을 철저히 봉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공사설립추진위원회 내부에서도 논란이 제기됐으나 공기업이라는 논리에 묻혀 무엇 하나 제대로 고쳐지지 않은 채 사장되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제주관광공사는 설립자본금을 제주도 15억원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5억원 등 20억원의 공동출자에 의해 제주도의 논리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다 적자 등이 발생하면 이는 철저히 도민의 몫으로 전가시키는 공기업 체제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까지는 제주도의회도 한몫했다. 제주도의회는 제주관광공사 설립 승인에 앞서 각종 행정질의를 통해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제주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제주도의회는 그동안 줄곧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관광공사 설립 및 운영조례안을 지난 2007년 12월에 통과시켰다. 이는 제주도의회가 도민들을 위한 대의기관으로써 해야 할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행정에 끌려간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드러난 제주관광공사 정관의 내용을 볼 때 독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제주도정의 단순 정책집행과 제주관광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기구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한 일부 지자체들의 관광공사처럼 적자운영에 따른 세금부담, 낙하산인사 등 갖가지 후유증만 양산하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앞선다.
따라서 제주도는 공적기능만을 팽창시키는 관광공사 설립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창의성과 유연성, 외국어능력 등으로 무장된 전문 인력들로 포진된 진정한 싱크탱크 기구로 설립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관광공사를 제주관광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계획들이 만들어지고 추진되는 독립 조직체계로 구성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특히 제주관광공사를 행정의 울타리에 묶어놓고 행정의 하부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주도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미래 제주관광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의 관광공사 추진 사례, 전문가들과의 다양한 논의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모아져야 하며, 제주경실련 역시 제주관광공사가 나아가는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08년 6월 18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고석만 · 김현철
'제주경실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도자료] 제주특별자치도지사 209개 공약 2년차(2008) 이행여부 평가 계획 (0) | 2008.07.01 |
---|---|
[반부패_보도]2007 제주자치도 수의계약 분석 자료집 (0) | 2008.06.20 |
[반부패_보도]제주예산학교 운영 및 워크숍 개요 (0) | 2008.06.17 |
[반부패_성명]“형식적 주민참여예산조례… 자체사업 심의․조정기능 넣어라” (0) | 2008.06.02 |
[반부패_성명]“화북천 피해복구 철저히 조사하라" (0) | 2008.05.16 |